뉴욕에서 관광객은 인종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지난해 뉴욕을 찾은 방문객 4600만명 중 미국인이 3700만명으로 절대다수다. 미국의 지방에서 뉴욕 구경을 하러 올라온 '촌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뉴욕 맨해튼 1번가 남쪽 아파트에 사는 한국인 안모(40)씨는 뉴욕 현지인인 뉴요커와 관광객을 이렇게 감별한다. "뒤에서 봤을 때 빨리 걸으면 뉴요커, 천천히 걸으면 관광객."
1년 365일 공사중인 맨해튼의 도로, 살인적인 물가, 불친절한 거리 인심, 수시로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 등이 뉴욕의 특징이다. 이 도시에서는 차가 없는데도 빨간 신호등에 오래 서있으면 관광객, 뒤도 안 돌아보고 건너면 뉴요커다. 하지만 각박한 도시에 힘겨워 하면서도 어느덧 도시의 속도에 맞춰진 자신을 발견하고 희열을 느낀다는 뉴요커의 정체성은 이중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미국 내 다른 도시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사람들도 '신고식'을 톡톡히 치른 뒤 스스로 뉴요커라고 느끼는 자각의 순간을 경험한다고 전했다. NYT는 뉴요커 증후군으로 '빨리 걷고 빨리 말하며, 미로(迷路)로만 보이던 뉴욕의 지하철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이고, 자주 냉소적이 되며, 인내심이 줄어드는 것'을 꼽았다.
뉴요커 증후군은 기본적으로 뉴욕의 삶이 너무 팍팍하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면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비싼 도시다. 가령, 노스캐롤라이나의 지방도시 더럼과 맨해튼을 비교하면 맨해튼의 집세는 더럼에 비해 415%, 전기수도요금은 51%, 식료품비는 43%, 교통비는 30%가 더 비싸다(CNN머니 통계). 캘리포니아주의 대도시인 로스앤젤레스에서 연간 5만 달러(약 5400만원)의 생활비가 든다면 맨해튼에서는 7만 2793달러가 필요하다.
'뉴욕 아이디어'의 저자인 박진배 뉴욕 FIT(패션 스쿨) 교수는 " 뉴요커가 됐다고 느끼는 순간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고 말했다. 어느 날 뉴욕의 비즈니스 중심지인 미드타운을 바쁘게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관광객이 아니라 이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고 느끼거나, 혹은 정반대로 박물관의 정원이나 공원을 한가롭게 걸으면서 뉴욕을 알아간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그 순간이다.